대둔산(大屯山) 도립공원 산행 Photo 에세이
(2011. 2. 17 대보름날, 케이블카 주차장- 금강구름다리- 삼선쇠철다리- 마천대- 수락폭포- 논산 수락리 주차장/ 늘푸른산악회 따라)
*. 대둔산(大屯山) 지명
금년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와서 두문불출(杜門不出)하다가 입춘(立春)이 지나서야 원거리 산행으로는 처음, 대둔산을 향한다. 수도권 일산에서 대둔산까지는 233km로 580여리여서 3시간 30분만인 9시 30분에 대둔산 케이블카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대둔산 정상은 877.7m로 정상 부근이 논산시(論山市), 금산군(錦山郡)과 완주군(完州郡)에 접하여 있어서 충남은 73년에, 전북에서는 80년에 하나의 산을 2개 도(道)가 도립공원(道立公園)으로 지정한 산이 대둔산이다.
전북 완주 쪽은 기암절벽이 절경으로 유명하여 대둔산을 도립공원을 정한 것이고, 충남은 금산의 숲과 계곡이 아름다워서 도립공원으로 지정한 것이다.
대둔산을 옛사람들은 '한듬산'이라 하였다.
'한'은 '대(大)'요 '듬'은 깊은 산골을 뜻하는 '두메'의 방언이다.
그런데 한자에는 '듬'에 해당하는 한자가 없어서 우리말이 한자로 바뀌는 과정에서 그와 비슷한 음인 '둔(屯)'으로 표현되어 대둔산(大屯山)이라 부르게 된 것 같다.
이곳 대둔산 지역은 임진왜란 때나 동학혁명 때 격전지였던 곳임을 생각하면 군사 주둔할 '屯(둔)' 자가 그와 연관된 뜻이기도 한 것 같다.
대둔산 8경 중 ‘군지계곡(軍地溪谷)’이 있다. 220계단 아래 쪽에 있는데 백제와 임란과 6. 25 무렵 이 골짜기에서 군인들이 많이 죽었다는 전설이 전하는 것을 보면 ‘진 칠 둔(屯)’자를 이 산 이름에 쓴 것이 이상하지 않다.
*. 케이블카 산행
나는 금년 들어 50년 전에 25세인 나이로 늙었다. 그래서 다른 분들에게 폐가 안 되게 삭도(索道)를 이용해 오르면서 호남의 소금강이라는 대둔산의 이모저모를 굽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어제 저녁 내린 눈은 뿌연 안개로 이어져서 5m 이상 앞을 볼 수 없는 날씨였다.
그래서 마천대 가는 길 좌측에 있다는 동심바위와 우측의 장군바위도 케이블카에서는 물론 걸어가면서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불현듯 생각나는 것이 있다.
중국 4대 미인 중에 한 여인 서시(西施)의 고향이라는 항저우(杭州)에 있는 서호(西湖)에 갔을 때 비 내리는 선상유람을 하면서 조선족 가이드에게 듣던 위안의 말이다.
“지금은 안개가 끼고 비가 오고 있지만요 서호(西湖)의 미를 이렇게 말하기도 한답니다. 화창한 날의 서호 경치는 서시(西施)가 화장한 모습이요, 지금처럼 안개 끼고 흐린 날의 서호의 모습은 화장하지 않은 서시(西施)의 모습 같다고 합니다.
화창한 날씨의 서호의 모습보다는요 안개 낀 서호의 모습이 아름답고, 안개 낀 서호의 모습보다는요 비 내리는 서호의 모습이 더 아름답고, 비 내리 서호의 모습보다는요 눈 내리는 서호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대요.”
그러니까 오늘은 안개 자욱한 날이지만 대신 간밤에 눈이 대둔산의 또 다른 비경(秘境)을 만들어 놓았으니 말이다.
케이블카는 927m로 승강착지까지 6분에 올라가는데 매시 20분 40분으로 20분 간격이었다. 성인 요금은 편도 5천원, 왕복 7천원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정상 마천대를 지나 논산의 수락주차장으로 해서 논산의 오골계로 뒤풀이를 하러 간다.
케이블카의 대둔산 소개 아나운서 맨트에 의하면 대둔산의 경치 곳곳이 이 고장 아름다음의 진수를 드러내고 있다는데 천지사방은 미운 안개뿐이다. 맑은날 파란 하늘에도 별들이 빛나고 있듯이, 소개하는 대둔산의 명소는 보이지만 않을 뿐일 것이니 옛날에 보던 기억이나 떠 올려 보기로 하자.
-동심바위: 케이블카 옆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0.6km/40분 거리에 커다란 돌기둥 위에 돌모자를 얹어 놓은 듯한 바위가 있는데 그 바위가 원효대사의 전설이 어린 유명한 동심(童心)바위다.
“신라 문무왕 때 국사 원효대사가 처음 이 바위를 보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3일을 이 바위 아래서 지냈다는 바위다. 거기서 우측 길로 가다 보이는 것이 장군봉이요, 장군바위다.”
케이블카를 타기로 하면서 오늘 산행은 도보로 올라오는 분들보다 1시간 정도 시간을 벌었으니 오늘 산행은 여유작작하겠구나 하고 삭도 종착지에 도달하였더니 벌서 도보로 올라오는 우리 일행 선두의 수런수런 소리가 들려온다.
케이블카 승차를 기다리는 시간에다가 거리가 삭도까지가 겨우 200m여서 그런 것 같았다.
케이블카 종착점에 멋진 팔각 정자 전망대도 있었지만 보이는 것은 그 정자뿐이었다.
거기서부터는 멋진 쇠층계 오름길이 계속되고 있었다.
*. 금강구름다리와 삼선철쇠사다리
얼마를 더 오르니 입구에서 걸어서 올라오는 거리로 1.0km/ 60분 거리에 대둔산의 명물 중에 하나라는 '임금바위'와 '입석대'를 잇고 있는 길이 50m, 폭 1m 다리가 있다. '금강(金剛)구름다리'였다.
구름다리란 길 위로 공중 높이 가로질러 놓은 다리로 한자어로 운교(雲橋)라 하는 다리다. 이름만도 멋진 다리인데 계곡을 가로 질러 놓은 다리이니 그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우며 깊은 계곡을 굽어보며 그 흔들거리는 다리를 건넌다는 것이니 얼마나 스릴있는 황홀한 길인가.
거기서 200m 더 가니 이번에는 45도의 급경사의 127개의 쇠다리 층계가 앞을 막아선다. '삼선(三仙)철사다리'로 그 끝 바위가 해발 670m의 전설 어린 '삼선대(三仙臺)'다.
고려 말 한 재상이 딸 셋을 거느리고 나라가 망함을 한탄하여 이곳에서 평생을 보냈는데 그 딸들이 선인(仙人)으로 변화여 바위가 되었다.
그 바위 모습이 세 선인(仙人)이 능선 아래를 굽어보는 모습과 같다 하여 삼선바위라 이름하였다.
이 삼선철다리를 올라서면 우리도 그 신선의 하나가 아닌가 착각하는 즐거움도 맛보게 될 것이다.
그 철사다리를 오르니 정상인 마천대가 350m 거리에 있었다.
*. 낙조대(落照臺) 가는 길
마천대 이르기 전에 '낙조대0.9km/ 낙조산장 0.7km' 의 이정표를 지난다.
마천대에서 낙조대까지가 이 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능선이라는데 내 어찌 이를 두고 마천대만 고집하며 어찌 그냥 지나치고 말까.
이 낙조대 이정표를 따라 가다보면 일곱 폭의 동양화 병풍을 펼쳐놓은 듯한 봉이 나타난다. 대둔산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칠성봉(七星峰 855m)이다.
옛날 그 아래 용문굴(龍門屈)에서 용이 등천할 때 7개의 별이 떨어져서 칠설봉이라 하였다는 전설어린 산이다
. 칠성봉에서 더 내려간 곳(마천대에서 오쪽으로 약 1.2㎞)에 있는 봉이 대둔산의 기암괴석과 어울려 낙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는 대둔산 6경인 낙조대(落照臺, 850m)다.
그 낙조대 바로 아래에 있는 절이 대둔산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태고사(太古寺)다.
만해 한용운은 "태고사를 보지 않고는 천하의 승지를 말하지 말라' 라 하였다니 앞서 동심바위에서 원효가 말했다는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 산' "이라는 말과 함께 대둔산의 일부를 겨우 본 우리네 같은 이가 대둔산의 아름다움을 함부로 말할 수 없겠는가.
.태고사는 마천대 능선 기슭에 있는 사찰로 신라 신문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고찰이지만 6. 25에 소실된 절이다.
이곳이 원효가 꼽은 한국 12승지의 하나로 서산대사(西山大師)와 진묵대사(震黙大師)가 오래 수도하다 입적한 절로도 유명하지만 그 절 입구 100m 지점에 있는 석문 바위에 쓰인 '石門'이란 음각으로도 유명하다.
*. 마천대(馬天臺, 877.7m)에서
대둔산의 정상이라는 마천대의 개척탑(開拓塔)이 보이기 시작한다.
서울 북한산의 백운대보다 41m 높은 산이어서 크게 높은 산은 아니지만, 수도권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30년 이상의 세월을 뛰어 넘어 다시 찾은 산이고 보니 그 등산로 등은 다 잊었지만 이 탑을 대하니 까마득히 잊혀진 옛날이 되살아난다.
그러나 탑은 여전한데 나에게만 세월이 지나 갔는가. 이제는 파뿌리 같이 하얀 백발이고 보니 마음은 속절없이 흘러간 세월을 읽게 한다..
이제 다시 찾아 드니 대둔 3경(大屯3景) 분명하다.
옛탑은
그 모습 그대로인데.
내 녹발(綠髮)만이 백발(白髮)이로다.
대둔산의 주봉인 마천대(馬天臺, 877.7m)에 오르니 역시나 안개가 시야를 막아 안개의 바다요 안개의 나라일 뿐이다.
맑은 날 마천대에 오르는 이는 북동쪽으로 속리산 문장대(文藏臺, 1,028m), 남쪽으로는 진안의 마이산(馬耳山, 686m)을,, 서쪽으로 서해 바다와 동남쪽으로 덕유산(德裕山, 1,614m ) 등 산수화 같은 경치에 운해를 더하여 볼 수도 있다는데 우리는 그런 복은 갖지 못했나 보다.
마천대란 이름은 하늘나라에서 선인(仙人)이 말을 타고 내려와서 많은 중생을 구제하고 다시 말을 타고 승천하는 곳이라 하여 마천대(馬天臺)라고 하였다는 전설이 전하여 온다.
*.' 220계단'의 아름다움
대둔산 산행은 ‘층계 여행’이라 할 정도로 마천대까지는 계속 오름길로 층계가 많았다.
그러나 그 쇠층계의 시설은 치악산국립공원과는 비할 수 없이 훌륭하여 온종일 눈을 밟으면서도 아이젠 없이 올라올 수가 있었다.
그러나 마천대부터 우리가 가는 논산의 수락계곡 주차장까지 3.7km의 길은 하산길로 계속 내리막 길이라서 아이젠을 해야 했다. 오전 내내 산을 가리던 안개도 사라져 가고 있어서 설화 만발한 길은 어쩌면 마지막 보내는 겨울의 눈길이라 생각해서인가 아름다웠다.
아름답다라는 말은 어떤 경우에 쓰이는 말일까? 보거나 듣기에 좋은 느낌을 가질 만하다는 말이다. 사물이 원만하게 조화되어 있을 때, 우리들의 감정에 기쁨과 만족을 줄만하다는 뜻이다.
예쁠 때, 고울 때, 귀여울 때, 우아하게 보일 때, 수려하다고 할 수 있을 때, 빼어나거나 매력적인 모습을 우리가 접할 때 한 마디로 할 수 있는 말이 ‘아름답다’라는 말이다.
그런 아름다움이 대둔산 하산 길에 있었다. 눈과 어우러진 노송이 그러하였고,, 눈이 소복히 덥고 있는 바위도 그랬지만, 눈 쌓인 하얀 층계들이 또한 그랬다.
그 중에 백미(白眉)가 눈 덮인 220 계단이었다.
내림길의 하얗게 눈 덮인 층계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99굽이라는 옛날 대관령 고개처럼 구불꾸불 에돌아 휘돌아 가는 층계는 천국으로 가는 계단 같이 아름다웠다. 내가 지금까지 보던 계단 중에 가장 아름다운 계단이었다.
그 층계가 수락폭포에서 멈추더니 석천암 갈림길부터는 냇가로 내려갔다가 군지계곡(軍地溪谷)을 건너는가 했더니 '亞' 자를 쓰더니 멈추고 만다.
그 층계 길에 덮인 옥 같이 하얀 눈이 그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었다.
산에 간 늙다리들에는 두 가지 타입이 있다. '높은 봉을 무엇하려 오르느냐? 오늘 못 오르면 영원히 못오르게 되지 않겠는가.' 나는 그 후자라서 기를 쓰고 오르는데 아침 안개가 어느 정도 가셔서 멋진 하산길이 행복을 더하여 주고 있다.
수줍게 가리더니
섭해 할까 염려했나,
설화로 단장하고
만발한 천국의 계단으로
환송하는 대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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