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둥이 낚시/ 포토 에세이
망둥이 낚시
수서, 일산에 사는 친구와 셋이서 인천 바다 망둥이 낚시를 다녀왔다.
새벽 6시 30분까지 인천 만석부두에 가야하는데 전철로는 그 시간에 갈 수 없어서 그 전 날 일요일 밤 9시에 동인천 역에서 모이기로 했다. 우리들은 운전을 하기 싫어하는 나이에다가 사는 지역이 서로 달라서였다.
맞추어 동인천역 매표소 옆 빌딩 3층에 금년 10월 열었다는 깨끗한 찜질 방이 있어서 거기서 하루 저녁을 유하기로 하였다. 실내 옷까지 합해서 요금이 5천원이었다.
아침 값을 줄이기 위해서 1,000원 하는 구수한 누룽지 라면을 준비해 갔더니 숙식이 1인당 6천원에 해결되었다. 우리들은 여관 간 심 잡고 2,500원하는 캔 맥주로 모처럼만에 여관보다 쾌적한 찜질방에서 우정을 마셨다.
동인천에서 택시로 2,900원 거리에 만석부두가 있다. 우리가 탄 낚싯배 요금은 3만원. 아침 점심 값을 포함해서다. 갯지렁이, 납 뽕, 망둥이 낚싯바늘 등을 사고 배에 올랐다. 낚시꾼들은 모두 10명.
비가 잠간 오다가 그쳐 날씨는 쌀쌀하지만 바다에서 하루를 보낼 중무장을 하고 왔기에 그리 춥지가 않다.
뿌연 안갯속에 해가 뜨고 있었다. 우리들은 인천공항 가는 영종대교 밑에서 낚시를 한다.
작년에 만난 망둥이 낚시배 30년의 경력의 서해 10호 선장은 인천 앞바다를 손바닥 보듯이 환히 알고 있었다.
손님과 함께 낚시를 하였고 그가 잡은 망둥어를 그의 아내가 회를 떠서 손님에게 주어서 그때 그 회맛을 자랑하며 친구와 함께 찾은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는 암으로 죽고 선장 대신 배까지 몰던 그 아내는 남의 배 뒷바라지를 하며 일당 받고 산다 한다.
그런데 요번 만난 74세의 선장은 월급장이 선장으로 포인트를 찾는데 서투른데다가 파도가 치고 있었다. 잘 안 잡힌다고 옮긴 곳도 안 잡히거나 더 안 잡이는 곳이었다.
낚시에 편한 자리는 극성스런 꾼들에게 다 뺏겨 버린 후여서 가장 불편한 뱃머리에 자리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망둥이 낚시는 포인트를 찾아 계속 배를 이동하면서 하는 것이다. 그때마다 4만 원 일당 받고 일한다는 아줌마를 도와서 그 무거운 닻을 올리느라 온중일 고생만 하다가 왔다.
배에서 만난 인천중학교, 인천고등학교 10년 후배마저 나몰라 하는 사람이어서 얼마나 야속했던지-.
좋은 자리를 차지한 이들은 낚싯대를 두서너 대씩 펴고 40cm 망둥이를 척척 올리면서도 오늘은 유난히 낚시가 안 된다고 불평이 대단하다.
설상가상이란 말 같이 내 낚싯대는 감감 무소식으로 너무나 점잔 하였다. 월척을 6마리나 한 낚시꾼이며 인천이 고향이어서 망둥이 잡이에 관한 한 일가견이 있다고 기고만장(氣高萬丈)하던 내 체면이 오늘은 영- 말이 아니다.
가끔씩 올라오는 망둥이마저 바다에 던져 줄 수밖에 없는 모두다 조고만 새끼들.
다시는 망둥이 낚시를 안온다고 속절없는 맹세만 되풀이하다 돌아오는 길에 그 후배에게 비싸게 주고 산 납봉을 다 주어 버리고 말았다. 주머니를 뒤져 보니 준비한 6만 원도 바닥이 난 것이 '다시는 -' 하는 결심을 더욱 굳게 하게 하였다.
부두에서 인사를 하고 헤어진 후배가 자동차를 혼자 몰고 가깝지 않은 하인천 역을 향하는 우리 세 사람을 지나쳐 혼자 타고 '휑하게-' 지나간다.
'잘 했구나, 잘했어. 화 난 김에 나의 낚시 도구 일체를 그 후배에게 몽땅 주고 손 털어 버리려다 주지 않은 것이. 큰일 날 번했어.'
종일 바다 한가운데에서 추위에 떨었으니 우리는 잡은 망둥이를 매운탕 찌개 해서 한잔 하면서 뒤풀이할 곳을 찾아 헤매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만석부두에는 그런 운치 있는 곳이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아까는 망둥이를 잡지 못해서 허무했던 우리들이, 요번에는 잡은 몇 마리를 가져가지 않겠다고 서로 밀었다. 많지도 않은 것을 집에 가져갔다가 아내의 잔소리를 어찌 감당하랴 해서였다.
그러다가 그 총대를 내가 멨더니 예상했던 잔소리가 시작된다.
“바다에 놔주지 않고 왜 가져 왔느냐? 남들이 싫다는 것을 바보 같이 그걸 왜 당신이 가져왔느냐? 가지고 나가 고기를 좋아하는 경비 아저씨에게나 주어라.”
잔소리는 아침까지 되풀이 되었다. 잔소리가 무서운 것은 되풀이다.
되풀이보다 더 두려운 것은 여과 없이, 서슴없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모독적인 언사다.
이른 새벽 비린내 난다고 씻을 그릇마저 빼앗긴 베란다 수도 가에서 외롭게 두 개의 낚시 박스를 이용해서 망둥이 배를 째어 창자를 빼고 소금을 뿌려서 지금 베란다서 햇볕에 꾸득꾸득 말리고 있다.
나는 가끔 퇴직하고 연금 모두를 아내에게 주어 버린 것을 후회할 때가 있다. 머리 깎인 삼손처럼 아내 앞에서 작은 사람이 되어버린 나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하는 노래는 나를 두고 노래한 말 같다. 그러나 그 연금을 아내에게서 빼앗을 생각은 염두에도 두지 못한다. 6.25보다 더 큰 전쟁에서 내가 이길 확률이 낮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웬만한 잔소리는 피해 가는 지혜를 터득하여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내가 또 시비를 걸어온다.
"망둥이 창자는 어쨌수?"
"화장실에 흘려보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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